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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희곡

이름:유진월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2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1년 3월 <신여성을 스토리텔링하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경계에서 경계를 넘다

2007년 노르웨이의 오슬로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의 메일 한 통을 받았다. 그쪽에 사는 지인이 한국에 갈 일이 있는데 혹시 그녀를 좀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그러마고 답장을 보낸 며칠 후 나는 이태원에서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덴마크 시인 마야 리 랑그바드를 만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Adoption(입양)과 Adoptee(입양아)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생소했던 세계와 접하게 되었다. 마야는 전세계의 한국인 해외입양인들이 모이는 IKAA(International Korean Adoptee Association) Gathering 행사에서 자신의 시를 낭송하게 되어 있었고 나는 한국어 낭송자로 그 행사에 참여했다. 그것이 내가 해외입양인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시발점이었다. 이후 해외입양인과 그들의 예술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 책은 그 첫 번째 결실이다. 제1부는 해외입양인의 문학과 영화에 대한 글들이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이산의 체험과 디아스포라의 언어”라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한국에서 출간된 해외입양인 여성 작가들의 문학작품을 모두 모아 정리하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에서 출간되지 않은 미국인 신선영의 시집 『Skirt full of Black』과 덴마크인 마야의 시집 『Find Holger Danske』를 번역해가며 논문을 썼다. 또한 “경계인의 시선과 정체성의 실천”이라는 한국연구재단의 과제를 통해서 해외입양인 여성 감독의 영화들을 연구했다. 미국인 조이 디트리히의 <Tie A Yellow Ribbon>과 태미 추의 <Resilience>, 프랑스인 우니 르 콩트의 <여행자>를 분석한 것이다. 이 연구들을 진행하는 동안 2007년 IKAA Gathering 논문발표집 『Proceedings of the First International Korean Adoption Studies Research Symposium』과 신선영의 시집 『Skirt full of Black』, 『International Korean Adoption』 등을 번역했다. 그중 세 번째 책이 『한국 해외입양』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출간되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디아스포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으나 해외입양인을 디아스포라에 넣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그들의 예술적 성취를 연구한 성과물은 더욱이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뛰어난 예술가로서의 역량을 펼치고 있는 그들의 예술이 한국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고 일부 작품이라도 소개하고 미적인 평가를 하고 싶었다. 앞으로 그들의 작품이 한국에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러한 연구는 자연히 디아스포라의 다른 영역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다. 제2부는 일본과 중국의 디아스포라 예술가들의 문학과 영화를 분석한 글들이다. 우선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재일한인의 작품 중에서 북한의 가족을 방문한 10여 년의 기록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든 양영희의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을 분석했다. 북한과 일본에 가족이 흩어져 살고 있고 각기 일본과 북한과 한국의 국적을 가진 이 가족의 현실은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재일한인 양석일의 소설을 영화화한 <피와 뼈>에서는 국가와 가장의 존재와 부재를 통해 상처를 주고 피폐해져가는 디아스포라 가족의 비참한 현실을 볼 수 있다. 신세대 작가인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이자 영화인 <GO>에 오면 비로소 무겁고 억압적인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 이념으로부터 벗어나서 주체를 확립하려는 개인의 탈주 욕망을 만날 수 있다. 다음은 중국 조선족 감독인 장률의 영화 여섯 편을 고찰했다. 타자의 윤리학과 환대의 방식의 차이로 세 편의 영화를 분석했고 소수자의 관점에서 다른 세 편을 분석했다. 영화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장률은 문학을 전공한 탓에 한시에 대한 기품 있는 바탕을 보여주기도 하고 조선족이나 탈북자의 문제를 신랄하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준다. 거대 자본에 휘둘려 만들어지는 요란한 방식이 아니라 시를 읊조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디아스포라의 고통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디아스포라 연구를 이렇게 정리하니 중요한 일 하나를 매듭짓는 기분이다. 자기 땅에서 살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고 역사의 질곡과 격동하는 사회의 혼란 속에 이리저리 내몰린 재외한인들, 오늘날 그들은 경계에서 경계를 넘는 멋진 노마드의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경계에 있는 소수자의 자리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자기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창조해낸 그들의 예술은 정주자의 그것보다 참신하고 독창적이다. 그들이 치른 엄청난 대가를 기억하면 그저 감탄만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힘겹고 고독한 길을 걸어 마침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예술을 창조한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손 내밀어 따뜻한 악수를 청하고 싶다. 지금 여기 당신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고. 그리고 그 옆에 우리들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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