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가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는 등, 그 시작만으로도 자신이 소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닿는 데에 성공한 소설가 최은영이 두번째 소설집을 냈다. 최은영이 들여다보는 곳은 취약한 마음의 고리들이다. 최은영의 이야기들이 묘사하는 어떤 감정들을 기억하는 연한 마음들. 헤어지는 순간에도 '시위하듯 우는 것이 아닌' 울음소리를 내던 애인 수이(<그 여름> 中)를 기억하는 이경의 아픔.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는 친구 모래의 위로를 듣고 "너무 나쁜 사람들을 너무 나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얘기해?"라고 말하며 그런 내가 고의였고, 악의적인 마음을 품었음을 기억하는 마음. (<모래로 지은 집> 中) 미숙했던 지난 날의 한 순간, 그 마음의 흔들림을 최은영은 결코 외면하지 않고 정직하게 바라본다. 내 마음이 지나온 자리를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그 용기가 우리의 삶이 지나온 자리를 긍정할 힘이 되어줄 것이다. |
<너무 한낮의 연애>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김금희의 첫 장편소설. 계간지에 연재되는 동안 이미 눈 밝은 독자가 먼저 알아본 그 소설이 드디어 독자를 찾았다.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라는 '언니'의 조언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경애도, 상수도, 다른 이들도 마음이 파괴될 만한 충격을 여러 차례 겪었지만 조금 부스러졌을 뿐이다. 그들은 그 시간들을 건너왔고, 여전히 부지런히 일을 하고, 상대를 향해 말을 걸고 밥을 나누어 먹으며 그 시간들을 견뎌낸다. 경애과 상수가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마음을 향해 가닿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역시 우리의 마음을 비로소 들여다보게 된다. <경애의 마음>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가? 좋아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
우리는 지금 ‘그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어요. 거기에는 끌어당김과 밀쳐짐이 있는, 우리 모두에게 있는 어느 여름의 한 페이지, 안개가 자욱한 어느 농장에서 손목에 방울을 단 채 서로를 간신히 식별하면서 시간을 견디는 ‘아치디에서’와 같은 시간들. 더 단단하고 힘있게 두번째 소설집을 펴낸 최은영 작가에게 ‘경애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몇해 전 사람에 관한 관심을 놓지 않는 작가가 되겠다고 적었던 어느 글을 보았을 때처럼 저는 여전히 이 작가를 지지하는 편에 서 있어요. 최은영 작가는 앞으로도 우리의 곁에서 최선을 다해 ‘무해한 사람’들의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이 조금 바스라져 있을 때조차 조각을 맞추어 다시 일어서자고 말할 겁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여름은 그런 여름이에요. 최은영이라는 작가가 있고 그것을 읽으며 위안받고 힘을 내보는 모두가 있는 여름. |
나는 『경애의 마음』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로 읽었다. 사랑해서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친구의 자리에 찾아가 몇 시간이고 앉아 있는 사랑, 무너지는 상대에게 해줄 것이 없어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랑, 자신을 잠식하고 허무하게 하는 이를 통과해야만 하는 사랑, 잡은 손을 놓고 걸어가야 하는 사랑, 아무 말 없이 곁에 서서 손을 잡아주는 사랑, 세상이 잊어도 나만은 잊지 않고 기억하리라는 마음을 지닌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