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 모두 거짓말을 한다 오늘 뭐 먹지?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할 수 있는 한 공감하고픈 감옥 이야기"
감옥의 몽상
현민 지음 / 돌베개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한국현대사는 감옥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감옥은 몸을 가두는 동시에 사상을 가두는 공간이었고, 그렇게 만들어낸 공포가 눈과 귀와 입을 막았다. 그런데 감옥 안에서는 관계가 이어지고 공부가 시작되며 사상이 싹트기도 했으니, 그들이 무엇을 가두고 무엇을 가두지 못했는지 세심하게 돌아볼 노릇이다.

물론 앞선 이야기는 (그나마 전해진) 단편이다. 오늘날에도 감옥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공간이지만, 직접 겪어본 이는 드물기에 현실과 진실을 파악할 수 없고, 그래서 더욱 자주 감옥이 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유일한 진실이라면, 그곳에 갇히기를 원하는 이는 없다는 정도 아닐까.

물론 진실을 배반하는 현실도 있다. 이 책의 저자 현민은 스스로 감옥에 들어가기를 택했다. 그는 군대에 가는 대신 감옥에 들어가기로 결정했고, 476일 동안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이 책은 그곳에서 지내며 담장 안 자신과 담장 밖 세상 그리고 그 사이에 묘하게 자리한 교도소의 공동체 생활을 기록하고 사유한 결과다.

모두가 죄인이라고 판결을 받은 그곳에서 죄는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갇혀 있으나 생활을 위해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에서 각자의 몸은 어떻게 취급되는지, 대다수의 금지와 극소수의 허락으로 이루어지는 삶의 공간은 어떻게 유지되는지 등등. 자신의 삶과 발 딛고 선 세계를 이해하려 쉼 없이 노력하며, 감옥 안에서 시작된 단초를 놓아버리지 않고 감옥 바깥으로까지 끌어내 다다른, 비로소 진실과 현실이 겹쳐지는 사유와 실천의 공간을 언뜻 마주한 느낌이지만, 나로서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이야기인지라 아직 기분이 얼떨떨하다. 곱씹어 읽으며 할 수 있는 한 공감하고픈 이야기다. - 인문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노인은 고함을 지르면서 교도관에게 달려들었다. 라이터 때문이다.

이 책의 한 문장
수감자들은 하나의 시공간을 완벽히 공유하며 생활한다. 그럼에도 공동체라고 할 만한 결속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감옥에 소속감을 가지는 사람은 드물고 자신을 다른 범죄자와 동류의 인간이라고 여기기도 쉽지 않다. 제소자들은 진정한 자기는 바깥세상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수의 입은 현재를 상대화한다. 이것은 공과가 어떻든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지 않으면서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우리는 왜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그리고 지금 여기에, 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는 왜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지에 대해서." (<권순찬과 착한사람들> 中) 이기호가 5년 만에 단편집을 엮었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에 거론되며 높은 평가를 받은 근작 일곱 편을 모았다. 대학교수이자 소설가인 중년의 남자. 이기호 본인을 연상케 하는 인물들이 만난 사람들. 최미진을, 나정만을, 권순찬을, 한정희를, 그 구체적인, 치졸하고 부끄러운 인간의 삶의 일면에 대해 들려준다.

권순찬 씨는 사채업자에게 이중으로 입금된 7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아파트 단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사채빚으로 인해 어머니를 잃은 그의 비극에 공감한 아파트 단지 거주민들은 그를 위해 모금을 해 700만원을 주었지만, 그는 시위를 멈추지 않는다. 호의를 거절하는 이를 끝내 불편하고 거슬리는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착한 사람들.' 가장 잘못한 사람은 저 멀리 기척으로만 존재하는데, 착한 사람들이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일련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내 호의를 거절하는 이에게 느끼는 적의가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마음. 학교폭력 가해자인 어린 소녀는 사랑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마음. 이 모든 부끄러움을 알고 있으면서도 같은 부끄러움을 반복할 것을 우리는 안다. 작가 본인을 연상케 하는 인물들의 고백들. 압도적인 '작가의 말' 역시 한 편의 소설처럼 읽힌다. "부끄러움에 대해서, 환대에 대해서, 윤리에 대해서 말하면서도, 늘 뻔한 내가 있더군." (작가의 말 中) 우리는 겨우 이 정도를 깨닫기 위해 소설을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남편도 내게 자고 싶고, 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것을 조금씩 먹였다고 했다. 새벽같이 일을 나가야 하는데, 내가 계속 말을 걸어와서...... 자신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들을 계속 물어와서..... 그래서 먹였다고 했다. 그렇게 조용히 지내다보면 모든 것들이 다 괜찮아질 거 같아서, 다 예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 거 같아서,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소주를 마시면서 말했다. 나는 그런 남편의 뒤통수를 파이프 렌치로 내리쳤다.
그게 왜 나를 위해서야! 그게 어째서 나를 위한 거냐구!
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쉬지 않고 남편을 내리쳤다. 나는 그 순간 수치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中)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쉿, 검색창 너한테만 하는 말이야"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요즘 우리의 일상이 그렇다. 특히 소셜미디어는 과대 포장의 장이 된 지 오래다. 설문조사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멀쩡하게, 평균 이상으로 보이고 싶어서 설문조사에 종종 거짓으로 응답한다. 민감한 주제일수록 그 정도는 심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정치, 언론 등의 데이터 연구자들은 열심히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소셜미디어를 모니터링한다. 그러나 진짜 살펴봐야 할 곳은 따로 있다. 누구나 솔직해지는 공간, 바로 검색창이다. 하버드에서 빅데이터 연구로 경제학 박사를 받고 구글의 데이터 과학자로 일하다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된 저자의 검색 데이터 특히 구글 트렌드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이 책은 데이터를 읽는 식견에 대한 책이지만 데이터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역시 분명하게 보여준다. 무수한 데이터가 구글 트렌드의 강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양이 많다고 정확한 분석이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LG 트윈스의 팬이 부산보다 서울에 많다고 말해주는데, 그런 분석은 아무 쓸데가 없다는 것이다. 검색창은 질문이 아닌 고백을 하는 공간이다. 그곳은 은밀한 영역이다. 숨겨진 만큼 알아내기도 힘들다. 건초 더미 속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다. 데이터 분석 능력은 그래서 필요하다. 재테크에 전혀 관심 없다던 그 친구의 검색어가 '손절매' 혹은 '갭투자'였을지 아무도 모른다. 검색창만 빼고 말이다. - 경영 MD 홍성원
이 책의 한 문장
사람들의 정보 검색 그 자체가 정보다. 그들이 언제 어디에서 사실, 인용, 농담, 장소, 사람, 물건, 도움을 검색하는지는 그들이 정말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욕망을 가지며,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하는지에 관해 막연한 추측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작고 네모난 빈칸에 단어나 문구를 입력하는 일상적인 행동은 작은 진실의 자취를 남기며 이 자취 수백만 개가 모이면 결국 심오한 현실이 드러난다.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소설가 권여선의 맛깔나는 음식 이야기"
오늘 뭐 먹지?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반주를 즐긴다는 건, 365일 술을 마신다는 얘기다. 365일 중, 밖에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마시는 경우보다 집에서 (홀로) 마시는 일이 훨씬 더 잦다. 후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두 고양이가 있는 내 집에서 마음 편히 음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먹고 싶은 안주를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오늘 (안주) 뭐 먹지?'는 매일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되는 행복한 고민인 것이다.

<안녕 주정뱅이>의 작가 권여선이 처음으로 펴낸 에세이 <오늘 뭐 먹지?>는 술꾼들을 단번에 홀리는 책이다. 술꾼인 작가가 작정하고 쓴 이 책에는 라일락꽃이 필 때면 생각나는 순댓국, 원고 마감 직전 목욕재계를 하는 대신 정성스레 말곤 하는 김밥, 단식 후에 맛본 젓갈과 죽, 어린 시절에 즐겨 먹던 추억의 마른오징어튀김 등 각종 안주들로 한 상 거하게 차려진다. 맛깔난 문장들이 식욕을 더욱 자극해 읽으면 읽을수록 반드시 먹어야 할, 당장 먹고 싶은 음식 수가 잔뜩 늘어간다. 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맛있는 안주와 술을 옆에 두고, 은밀히 홀로 즐기는 것.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첫 문장
나는 어려서 약골인 데다 편식도 심했다. 편식이 심해서 약골이 되었는지, 원래 약골이었는데 편식이 심해 더 약골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전해 듣기로는 편식을 하고 말고 할 주제가 못 되는 젖먹이 시절부터 약골이었다고 하니 선천적 약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작가의 말 중에서
술꾼은 모든 음식을 안주로 일체화시킨다. 그래서 말인데 옛날 허름한 술집 문이나 벽에 붙어 있던 '안주 일체'라는 손글씨는 이 땅의 주정뱅이들에게 그 얼마나 간결한 진리의 메뉴였던가. 내게도 모든 음식은 안주이니, 그 무의식은 심지어 책 제목에도 반영되어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줄이면 '안주'가 되는 수준이다. 이 책 제목인 <오늘 뭐 먹지?>에도 당연히 안주란 말이 생략되어 있다.
"오늘 안주 뭐 먹지?"
고작 두 글자 첨가했을 뿐인데 문장에 생기가 돌고 윤기가 흐르고 훅 치고 들어오는 힘이 느껴지지 않는가. 지인들은 벌써 내가 소설에서 못 푼 한을 산문에서 주야장천 풀어내겠구나 걱정들이 태산이지만 마음껏 걱정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무엇을 걱정하든 그 이상을 쓰는 게 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