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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018
  • 한 글자 사전
    김소연 (지은이) | 마음산책 | 2018년 1월 "<마음사전> 출간 10년, 김소연의 특별한 신작"

    한 권의 책이 10년이란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책이 바로 김소연 시인의 첫 산문집 <마음사전>이다. 2008년 1월 20일 첫 산문집을 출간하고, 10년이 흘렀다. 시인은 <마음사전>을 읽어준 이들에게 10년 세월의 연륜을 얹어 완성한 <한 글자 사전>으로 안부를 보낸다.

    새로 펴낸 <한 글자 사전>과 <마음사전>을 '열 살 터울 자매'로 여긴다는 시인은, 작은 방 안에 두 자매가 내뱉은 한숨과 웃음과 고백들이 연기처럼 가득 차면 좋겠다고 말한다. '감'부터 '힝' 310개의 '한 글자'에 시인의 감성을 덧입혀 각 글자에 담긴 시인만의 이야기들을 섬세한 문체로 풀어낸다. 시인이 오랫동안 다지고 모은 삶의 조각들이 한 권의 특별한 사전을 이룬다. 속도를 낼 필요도, 처음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눈길이 가는 대로 어디를 펼쳐 읽어도 좋다. 단, 서두르지는 말 것. 첫 책이 그러하였듯, 앞으로 다시 10년 손을 맞잡은 '두 자매'가 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가닿기를.

  • 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앨리슨 (지은이), 정혜윤 (옮긴이)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월 "미중 전쟁? 운명은 예측이 아니라 개척이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갈등이 충돌로, 충돌이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바라는 이는 (아마도) 없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예상보다 높다. 패권 국가와 신흥 강국이 부딪히는 일은 세계사에서 끊이지 않고 벌어졌고, 지난 500년 동안 역사에 크게 기록된 사례만 꼽아보아도 열여섯 번 가운데 무려 열두 번이 전쟁으로 귀결되었다는 게 이 책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열일곱 번째 사례로 기록될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앞날은 어떻게 이어질까.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을 오래 지냈고, 여전히 미국에서 손꼽히는 국가 안보, 국방 정책 전문가로 활약하는 그레리엄 앨리슨은 오늘의 상황을 이해하고 내일을 전망하는 데에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수십 년 안에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아주 높다는 것, 그렇지만 전쟁이 필연은 아니라는 것이다. 필연처럼 보이는 운명을 피해가려면, 중국의 부상이 기존의 신흥 강국과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고, 미국이 과거 패권국으로 올라섰던 일을 되새겨야 할 텐데, 역시 전쟁은 너무 쉽고 관계 지속은 지난하다. 그렇지만 열세 번째 전쟁보다는 다섯 번째 평화가 당연한 선택일 터, 운명을 예측하기보다는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말이 이보다 적절할 때는 없을 듯하다.

  • 백설 공주 살인 사건
    미나토 가나에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재인 | 2018년 1월 "미나토 가나에 신작 미스터리"

    화장품 회사의 한 직원이 계곡에서 흉기에 수차례 찔리고 불에 태워진 채로 발견된다. 피해자가 눈에 띄는 미인이라는 점과 사건의 잔혹성 때문에 이 일은 삽시간에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가고, 피해자의 입사 동기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평범하고 내성적인 그녀가 미인인 피해자와 사사건건 비교당하면서 열등감에 시달리다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 주간지 기자는 피해자의 회사 동료에게 들은 내용들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용의자는 네티즌들에게 '신상 털기'를 당하며 사이버 상에서 유죄를 선고받는다.

    <고백>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늘 그러하듯, 사람들이 기억에 의존해 사실이라고 믿고 말하는 것들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불완전한 것인지 되묻는다. 소설 말미에 첨부된 SNS 게시물과 댓글, 주간지 기사까지 모두 읽어야만 사건의 전모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재미를 더한다. 소설이 발표되던 해에 곧바로 영화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모았다. <골든 슬럼버>의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꽃보다 남자>의 이노우에 마오가 이 영화로 2015년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었다.

  • 동생이 생긴 너에게
    카사이 신페이 (지은이), 이세 히데코 (그림), 황진희 (옮긴이) | 천개의바람 | 2018년 1월 "이제 나보다 동생이 소중한 걸까?"

    '형아가 되는 건 뭘까?' 하루하루 커지는 엄마 배를 보며 의젓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다정한 형아가 되리라 결심했던 준이. 그런데 막상 태어난 동생은 너무나 얄밉다. 엄마도, 아빠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모두 동생 차지. 이런 마음을 알아주는 건 내 코끼리 인형 하늘이 뿐. 하늘아, 모두 이제 나보다 동생이 소중한 걸까? 나 이제 형아 하지 말까?

    이 책은 엄마의 어린 시절 인형이었던 하늘이를 통해, 준이 또한 동생과 같은 어린 시절을 거쳤고 여전히 엄마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임을 말해주면서 첫째들의 마음을 토닥여준다. 동생에게 코끼리 인형을 양보하고, 친구들과 더 많이 뛰어놀게 되기까지 아이의 성장은 가슴 뭉클하다. 아이의 일상과 마음의 변화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글과 이세 히데코의 따뜻하고 포근한 그림이 어우러져 감동을 더한다.

2.62018
  • 시월의 저택
    레이 브래드버리 (지은이), 조호근 (옮긴이)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8년 1월 "레이 브래드버리가 평생 아껴온 작품"

    '시월의 저택'에는 수천 년의 기억을 간직한 이집트 미라 할머니,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아버지와 결코 잠들지 않는 어머니, 세상의 모든 존재에 깃들 수 있는 누나, 인간 소년 티모시로 이뤄진 조금 기묘한 가족이 살고 있다. '귀향 파티'라 불리는 명절 핼러윈을 맞아 전 세계의 유령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들고, 특별한 능력이 없는 티모시는 독특한 가족들을 부러워하고 유한한 삶을 슬퍼한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친척들과의 만남과 사건들 속에서 삶과 죽음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다.

    레이 브래드버리가 1945년부터 여러 잡지에 발표했지만 좀처럼 출판까지 이어지지 않은 단편들을, 새로운 글과 편집을 더해 연작소설 형태로 완성한 특별한 책이다. 55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완성된 <시월의 저택>을 읽다 보면, 작가로서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젊은 브래드버리와 원숙한 거장 브래드버리가 이룬 특별한 '협업'을 마주할 수 있다. 스스로를 현실과 환상이라는 '두 세계의 주민'이라 여겼던 작가에게 티모시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존재이기도 하다. 핼러윈을 기다리던 소년과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하는 청년, 아름다운 추억 하나하나가 기쁨인 노인의 모습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입술을 열면
    김현 (지은이) | 창비 | 2018년 2월 "거리에서 당신은 당신의 입술을 느끼리라"

    <글로리홀> 김현의 두번째 시집. 퀴어와 대중문화, SF 등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던 첫 시집 이후,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쓰인 시들을 모았다. '삶이 삶으로, 죽음이 죽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시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리에서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는 일. 그리고 우리에겐 입술이 있다.

    "구운 삼치를 앞에 두고 입술의 뼈를 맞댄다" (<이 가을> 中) / "낮잠을 자고 일어난 / 생명의 입술에 / 입술을 맞대면"(<생명은> 中) 같은 시 속의 생존하고 사랑하는 입술들. 입술의 접촉은 "그 둘이 이룬 첫 노동이었다. 첫 연대였다. 첫 역사였으며, 처음부터 좋은 일이었다."로 서술된다. 어둠이 계속 이어질지라도, "잠 속에서도 / 우리는 손을 잡을 수 있"(<빛은 사실이다> 中)다. '조선'의 언저리를 떠도는 이들의 마음들. 그 마음자리의 말들이 시가 되어 서로의 긍지가 된다.

  • 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 (지은이) | 메이븐 | 2018년 1월 "피곤하지도 외롭지도 않은 관계의 적정 거리는?"

    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이라지만, 그럼에도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관계가 얽히면 얽혀서 피곤하고, 관계가 흩어지면 흩어져서 외로우니, 팽팽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은 적정한 거리를 파악하고 유지하는 게 늘 고민이고, 그렇게 우왕좌왕하다 보면 때로는 너무 팽팽하게 당겨지고 때로는 너무 느슨하게 늘어지는 관계의 간격 때문에 아예 관계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도대체 사람 사이의 적정 거리는 얼마일까?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이후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꾸준히 어루만져온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은 한동안 관계의 중심에 있었다. 스스로 잘 살아온 탓이라 여기며 때로는 성가셔하기도 했다. 그런데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이후 병세가 악화되어 활동이 뜸해지자 주변의 사람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놀라움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곁에 있어주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는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과거의 나처럼 실수를 저지르고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하며, 가족, 연인, 친구, 회사 사람 등 나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관계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거리를 각각에 맞춰 제시한다. 물론 이는 최소한의 안전 거리일 뿐이다. 안 풀릴 때는 애쓰지 말고 잠시 미뤄두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헛된 꿈을 버리는, 그러니까 나로부터의 적정 거리가 함께 고려될 때에만 우리는 "혼자라도 행복하고, 함께해도 행복할" 수 있을 터, 이제 각자 '마음의 자'를 꺼내 관계의 적정 거리를 가늠해보자.

  •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허은미 (지은이), 김진화 (그림) | 여유당 | 2018년 1월 "우리 엄마는 별명이 불곰이다!"

    화가 나면 불곰처럼 무서워지는 엄마, 아침마다 혼쭐나게 야단치는 엄마, 그래서 좋아한다고 말하기 망설여지는 엄마. 식구들을 건사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점점 거칠어진, 불곰처럼 변해버린 엄마의 비밀과 진심을 들여다보는 그림책. 아빠도 나도 동생도 꼼짝 못하는, 온 가족을 휘어잡는 엄마의 카리스마는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유머러스한 이야기는, 그동안 몰랐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하고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고 싶게 만든다.

    아이들이 미처 상상해보지 않았을, 어쩌면 엄마 자신도 잊고 살았을지 모르는 찬란한 시절을 불러낸다. 엄마도 엄마이기 이전에, 한때는 귀여운 아기였고 예쁜 소녀 시절을 보냈다. 환하게 웃는 고운 사람이었다.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가족들을 보살피고 돌보는 엄마, 고맙고 미안하고 한없이 애틋한 우리들의 영웅. 불곰처럼 용감한 세상 모든 엄마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2.92018
  • 나무의 노래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은이), 노승영 (옮긴이) | 에이도스 | 2018년 1월 "당신도 귀를 기울이면 들을 수 있습니다"

    도심의 가로수와 숲 속의 나무 가운데 어느 쪽이 건강할까? 아마도 후자를 고르는 이들이 많을 테고, 실제로도 그럴 것 같다. 질문을 좀더 구체화시켜보자. 두 나무 가운데 땅을 움켜쥐는 힘이 센 쪽은 어느 쪽일까? 이번에도 앞선 질문처럼 숲 속 나무를 쉽게 고를 수 있을까? 정답은 도심의 가로수다. 재미없는 문답이라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재미는 해설에 있다.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 맨해튼의 콩배나무는 “진동을 받아 흔들리면 뿌리를 더 뻗어 자신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데 훨씬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 쉴 새 없이 길을 오가는 자동차, 땅 밑에서 올라오는 지하철의 진동, 도시의 온갖 소음이 콩배나무를 흔드는데, 나무는 이를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몸을 구부려 바깥에 있던 것을 안으로 품는” 것이다. 이렇듯 “식물의 삶, 땅의 진동, 바람의 하품이 나누는 대화가 몸을 얻으면 나무가 된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도시를 만든 것도 사람이고 나무를 심은 것도 사람이고 앞서 소개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통해 얻은 성찰을 나누는 주인공도 사람이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았던 것은 아니다. 가로수를 심을 때 도심의 열섬 효과를 가라앉힐 생각은 했겠지만, 콩배나무 주변을 여러 해에 걸쳐 오가며 귀를 기울여, 인간이 연결된 동물이며 "자신이 만든 것 주위에 모여 서로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존재임을 이렇게까지 확인할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은 이렇듯 세계 곳곳에 자리한 열두 종의 나무에 귀를 기울여, 이미 살아오고 있었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한 생명의 연결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진지한 과학자의 태도와 풍부한 시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엮어낸 깊은 상상력과 눈부신 통찰, 전작 <숲에서 우주를 보다>에 이어 다시 한 번 놀란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작가다.

  • 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은이) | 북폴리오 | 2018년 2월 "세상을 떠난 후, 그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고양이 낸시> 작가 엘렌 심의 최신작으로 현재 네이버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연재 중인 작품이다. <고양이 낸시>에서 보여준 따뜻한 감성과 뭉클한 스토리는 이번 책에서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동물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동물의 습성을 버리고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바로 그곳이 '환생동물학교' 이다. 모든 것이 어설픈 초보 선생님과 여전히 주인을 그리워하는 동물 친구들은 새로운 삶을 위해 매일 한 걸음씩 내딛는다. 명랑하고 해맑은 시바견, 공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의젓한 리트리버, 매사에 툴툴대지만 마음 약한 고양이 등 동물들의 가슴 찡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펼쳐진다. 반려동물의 관점에서 바라본 나는 어떤 주인이었을까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만화. 사랑스러운 동물 친구들이 전해주는 따뜻한 온기를 느껴보자.

  • 70년의 대화
    김연철 (지은이) | 창비 | 2018년 1월 "남북관계, 먼저 움직이면 평화도 빨리 온다"

    “거울 앞에서 내가 웃으면 거울 속의 상대도 웃고, 내가 주먹을 들면 상대도 주먹을 든다. 그러니 주체와 객체는 분명하다. 거울 속 상대가 나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거울 속 상대를 움직인다.” 북한 및 남북관계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 김연철 교수가 간명하게 정리한 남한과 북한의 존재 양태다. 그럼에도 “서로 주먹을 들고 거울 앞에 서서, 거울을 향해 왜 도발하느냐며 화를” 내니 “희극이면서, 씁쓸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남과 북에 각각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70년, 둘은 다툼과 화해, 상처와 회복을 반복하면서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마치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듯한 좌절감을 주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평화와 통일이라는 지상 과제마저도 흐릿해진 오늘이다. 이 책은 전후 5, 60년대 대결의 시대부터 80년대 합의의 시대와 2000년대 접촉의 시대를 거쳐 지난 두 정부가 만든 제재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긴 안목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며 변하지 않는 조건과 변화로 가는 가능성을 찾아낸다.

    변하지 않는 조건은 앞서 말했듯 거울 앞에 선 둘이다. 따라서 "북한의 변화를 원한다면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하고, 남북관계가 움직이길 바란다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평화와 통일이 고정된 상태나 단계가 아니라, 그런 상태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이해가 더해져야 한다. 지난 70년의 역사는 결코 제자리걸음이 아니다. 이 해답을 발견하고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또 다시 '평화의 시작'과 '대결의 심화'라는 선택지 앞에 선 남과 북, 오늘이 둘의 역사에 결정적 순간으로 남길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 엄마가 늘 여기 있을게
    권경인 (지은이) | 북하우스 | 2018년 2월 "어떤 감정에 자주 넘어지나요?"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이 아닌 아이에 대한 이해와 아이를 다루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바라지만, 아이와의 건강한 소통 없는 양육 기술은 실효성이 없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아이와 잘 지내고 싶다' 의 핵심에는 내가 있다. 아이를 백날 바꿔도 부모가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관계 맺기의 시작은 자신과의 관계 맺기, 즉 나에 대한 이해이다.

    '당신은 당신과 잘 지내고 있나요' '당신은 당신이 정말로 마음에 드나요?' '부모로서 자신과 잘 지내고 있나요?' '어떤 감정에 자주 넘어지나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선뜻 답할 수 있을까? 좋은 부모는 자기이해지능이 높고, 좋은 선생님 역시 자기이해지능이 높다. 나를 먼저 들여다보고, 내 관계 패턴을 아는 것이 아이와의 관계, 애착의 시작이다.

2.132018
  •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태준 (지은이) | 문학동네 | 2018년 2월 "당신의 호수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시인선 시리즈 101번. 100번째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미리 보여주었던 시리즈가 문태준의 시를 독자의 앞에 차려 놓았다. 문태준의 시가 바라보는 풍경들. 첫 시 <일륜월륜日輪月輪>은 전혁림의 그림을 보며 '아름다운 바퀴가 굴러가는 것'을 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바퀴를 보며 '내 고운 님의 맑은 눈'으로, '님의 가늘은 손가락의 꽃반지'로 뻗어 나가는 생각들. 이곳은 '꽃, 돌, 물, 산'으로 이루어진 바퀴가 흘러가는 세상. 이미 존재하는 모든 것의 순환을 그러려니 바라보는 데에서, 더할 나위 없음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늘상 마주하게 되는 어떤 상태들을 시는 섬세한 눈으로 바라본다. 사모하는 것의 사모할 수밖에 없는 지점을 묘사하는 섬세한 목소리가 다정하다. "당신이 왼 시의 노래를 너른 치마에 주섬주섬 주워 담으시는" 외할머니.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 中) "따라 붙는 동생을 저만치 떼어놓을 때 / 우는 내 동생의 맑은 눈물"이 피어난 꽃. (<별꽃에게 2>) "오늘 감꽃 필 때 만났으니 감꽃 질 때 다시 만나요"(<그사이에> 中)라고 말한 뒤 너와 나 사이에 주어질 기다림의 여백. 호수의 물결이 실바람에 흩어지듯, 잔잔한 말들이 바람이 되어 마음을 간질인다. 이렇게 시가 된 다정함이 이른 봄 인사를 건넨다.

  • 일곱 원소 이야기
    에릭 셰리 (지은이), 김명남 (옮긴이) | 궁리 | 2018년 2월 "편하게 들어오세요. 아직 빈자리가 있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확인한 118개의 원소를 크기와 성질에 따라 분류하고 주기와 규칙에 따라 배열했으니, 주기율표에는 세상, 아니 우주만큼이나 크고 다양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겼다고 하겠다. 어쩌면 그래서 주기율표의 환상적인 세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수헤리베에서 시작해 염아칼칼로 끝나는 입구에서 머뭇거렸는지도 모르겠다. 도무지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아서 말이다.(물론 핑계다, 그럴 듯한)

    주기율표의 권위자로 꼽히는 에릭 셰리는 이런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누구나 들어설 수 있도록 새로운 주기율표 이야기를 펼친다. 주기율표에 빈칸으로 남아 있다가 뒤늦게(?) 확인된 일곱 원소를 소개하며 완벽함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 그 빈칸을 채우는 과정에서 벌어진 온갖 일들, 그러니까 과학자들이 서로 다투고 속이고 모른 체하고 잘난 체하는 이야기, 합리와 논리를 확인하려 벌이는 실수와 우연을 전하며 주기율표에 담긴 인간사와 세상만사의 진면목을 들려준다. 이쯤 되면 주기율표에 내 이야기도 담기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물론 기대다, 그럴 만한)

    프로트악티늄, 하프늄, 레늄, 테그네튬, 프랑슘, 아스타틴, 프로메튬. 비로소 입구에서 벗어나 생전 처음 듣는 일곱 개의 원소를 만났고, 이제는 여전히 외울 수 있는 스무 개의 원소보다 이 원소들이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사연을 알면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면 공감하게 되니, 비로소 나를 이루는 원소들, 그 원소를 담은 주기율표가 한데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 꿈 같은 이야기지만, 진실이다.

  • 행운이와 오복이
    김중미 (지은이), 한지선 (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1월 "복을 빌려드립니다"

    우리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타인에게서 잠시 복을 빌려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복은 주인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단다. 복을 혼자 누리려 하지 않고 다시 나누면 더 큰 복이 쌓이기 때문이다. 우리 옛이야기 중 하나인 '차복 설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작가 김중미 신작 장편동화다.

    부모님의 별거로 아빠와 단 둘이 살게 된 행운이는, 전교생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오복이와 점점 가까워지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된다. 저승차사의 실수로 옥황상제를 만나는 믿지 못할 경험도 하고, 늘 주변 사람들을 살피는 아빠 덕분에 새로 이사 동네 이웃들과 따뜻한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차별, 빈부격차, 가족 붕괴 등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될 사회 문제들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타인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 손해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동참하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이토록 보통의
    캐롯 (지은이) | 문학테라피 | 2018년 2월 "불안, 기억, 거짓말, 그리고 사랑"

    간결하지만 섬세한 그림체와 사랑에 대한 심오한 주제를 던지며 다음 웹툰에 홀연히 등장한 '이토록 보통의' 첫 번째 시즌, 세 가지 이야기를 담은 단행본이 출간됐다. 누구나 겪는 '이토록 보통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고 하지만 매 회 독자들의 댓글창은 이 이야기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늘 시끌벅적했다. 그만큼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과거의 사랑과 나의 현재와 다가올 미래를 떠올려보게하는 힘이 있었다.

    옴니버스로 구성된 세 가지 이야기는 각각 불안, 기억, 그리고 거짓말을 소재로 한다. 한 편의 영화 혹은 한 권의 소설책을 읽고 있는 것 같은 새로운 감수성의 만화. 때로는 묘하고,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

2.202018
  • 문명과 식량
    루스 디프리스 (지은이), 정서진 (옮긴이) | 눌와 | 2018년 2월 "문명의 수레바퀴, '총균쇠'보다 식량"

    한편에서는 굶주림이 여전한데 다른 한편에서는 음식의 상당량을 폐기하는 오늘날의 불균형, 도시인으로 변모하는 현대인의 시선으로 보든, 굶주림을 극복하려 애쓴 앞선 시대 농부의 시선으로 보든, 그보다 앞서 굶주림에 시달리며 인류와 지구의 접촉면을 넓힌 채집인의 시선으로 보든,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모두가 먹고 남을 정도로 충분한 식량이 생산된다는 사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수가 굶주림으로 생명을 잃는다는 사실 둘 다 말이다.

    생태학자 루스 디프리스는 인류가 문명을 일구어온, 문명을 위협하는 위기에서 벗어난 원동력이 식량이라고 말한다. 식량이 부족해 새로운 시도를 했고, 변화가 자리를 잡자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해 식량 사정이 불안해졌고, 이를 극복하려 다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오늘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처럼 멀리 떨어져 보지 않고 당면한 현실에 갇힌다면, 문명의 수레바퀴는 더 굴러가지 못하고 멈추고 말 것이다.

    이 책은 대량 생산과 도시 소비에서 시작된 환경 파괴와 식량 불균형을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간 인류가 반복해서 마주한 문명의 과제이고, 어쨌든 인류는 창의성을 발휘해 지금까지 버텨왔다는 평가다. 어느 한쪽의 시선으로 결론을 단정하지 말고, 상상할 수 있고 시도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균형 있게 살펴보자는 제안이다. 그 시작은 문명의 수레바퀴가 굴러온 흔적과 궤적을 살펴보는 일일 터, 재미는 덜할지라도 의미는 충분한 시도라 하겠다.

  • 며느리 사표
    영주 (지은이) | 사이행성 | 2018년 2월 "며느리 그만두고 한 인간으로서 살겠습니다"

    대가족 장손의 아내이자, 며느리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가쁘게 살아온 영주 씨. 그녀는 결혼 23년 차가 되던 어느 날 시부모님께 맏며느리를 그만두겠다며 '며느리 사표'를 냈다. 추석 이틀 전의 일이었다. 남편에게는 이혼을 선언했고, 갓 대학을 졸업한 딸과 아들에게는 독립할 것을 종용했다. 책은 가족 모두가 '일인 분의 삶'을 만들어가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진솔한 기록이다.

    장녀로 태어나 '착해야 사랑받는다'고 스스로 여기며 살아온 저자였기에 누구의 아내, 며느리, 엄마가 아닌, '영주'의 이름을 되찾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하지만, "어떤 역할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겠다"라는 선언을 담은 서약서를 남편에게 받아내고, 며느리 사표를 쓰며 부당한 의무를 거부한 끝에 '진짜 영주'를 되찾았다. 그 모든 일들은 꿈 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왜 고통스러운지 알려준 꿈을 기록하고 분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연습을 통해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었다. 의존적이고 나약했던 한 여성이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겪어야 했던 부당함에 맞서 변화를 일으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 성격 급한 부자들
    다구치 도모타카 (지은이), 김윤수 (옮긴이) | 포레스트북스 | 2018년 2월 "부자들이 급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우등생들과 어울리면 되고, 독서를 잘하고 싶다면 독서광들(또는 알라딘)과 친해지면 된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를 가까이해야 한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봐도 부자는 보이지 않는다. 부자들이 쉽게 어울려 줄 리도 없다. 그럴 땐 역시 책만한 것이 없다. 머니 카운슬러인 저자는 친절하게도 3천 명의 부자들을 분석하여 그들의 공통된 행동 양식을 찾아냈다. 예상했겠지만,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자들 중에 급한 사람이 느긋한 사람에 비해 훨씬 많았다는 점이다. 당장 급해지기로 작정하고 부의 추월차선이라도 달려야 부자가 될 수 있는 걸까? 내가 아직 부자가 아닌 것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따지고 보니 나는 마음만 급했던 것이었다. 부자들은 달랐다. 그들은 겉보기에만 급해 보일 뿐, 누구보다 신중했다. 확고한 원칙과 소신이 그들의 빠른 결정을 가능하게 했다. 주식 투자가 좋은 예다. 부자들은 미리 정해 놓은 투자 원칙에 따라 과감히 손절매를 한다. 빠른 포기는 또 다른 기회를 낳는다는 것을 알기에, 언젠가는 만회할 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 부자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그래서인지 책도 빨리 읽는다고 한다. 다행히 이 책은 두어 시간이면 충분하다. 아직도 이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라면 뒤표지의 테스트를 보자. '전자레인지를 돌리고 접시를 들여다본다.' 나는 이 대목에서 이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지은이) | 문학동네 | 2018년 2월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

    "아빠가 쓰라고 해서 쓰는 거야." 은유는 그렇게 1년 뒤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분위기 쩌는' 바닷가에서, '가식 쩌는' 아빠를 원망하며, '기분 엿같다'고 불평하는 편지. 2016년의 은유가 쓴 이 편지를 받아본 사람은 1982년의 은유. 이해할 수 없는 유행어로 이루어진 편지에 은유가 답장하며 두 은유의 인연이 시작된다.

    2016년의 은유가 한 해 자라는 동안, 1982년을 살던 은유의 시간은 2016년의 은유가 태어난 해인 2002년까지 도달한다. 다른 속도로 흐르는 시간, 두 은유는 서로를 돕기 위해 노력한다. 새엄마가 생길 2016년의 은유가 궁금해하는 친엄마의 비밀을 향해 과연 또 다른 은유가 도달할 수 있을까. 고민과 애정이 담긴 두 은유의 편지가 교차하며 서로가 편지를 매개로 연결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지고, 기적은 위로가 된다. <불량 가족 레시피> 등을 소개한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의 대상 수상작. 김진경, 윤성희, 이금이, 유영진이 추천했다.

2.232018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정은우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만년필과 필름카메라, 한 남자의 여행 기억법"

    첫 산문집 <아무래도 좋을 그림>에서 만년필 그림을 통해 노르웨이, 오사카, 베를린 등으로 안내해주었던 저자 정은우가 두 번째 산문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첫 산문집 출간 후 3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만큼 다양한 길 위에서 마주한 풍경과 순간들을 만년필 그림과 필름카메라로 남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은 손과 눈, 그리고 마음으로 담아낸 지난 여행의 기록들이다.

    여행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가장 훌륭한 노력이며 그 노력은 여행지에 살고 있는 이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믿는 저자는, 자신만의 속도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작은 것들을 경험하고, 기록하고, 기억한다. 자신만의 여행 이야기를 통해 유명한 맛집에 가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호텔에 묵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고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의 말처럼, 성공한 여행이란 없고, 실패한 여행 역시 없다.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다른 마음으로 '나만의 진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 아홉 살 함께 사전
    박성우 (지은이), 김효은 (그림) | 창비 | 2018년 2월 "어린이를 위한 관계와 소통 사전"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이 아직 서투른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길잡이. 의사소통 과정에 필요한 80개의 주요 표현을 익히고, 쓰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학교와 집을 비롯해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주고 받는 다양한 감정과 행동에 대해 배운다. 간결한 글과 그림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도록,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즐거워지도록 용기를 주는 고마운 책이다.

    마음을 표현하는 80개의 단어를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초등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된 <아홉 살 마음 사전>의 후속작이다. 박성우 시인의 부드러우면서도 핵심을 짚어주는 풀이는, 아이들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며 생생하게 와 닿을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아이로 변신할 준비를 해보자.

  •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
    마리나 칸타쿠지노 (지은이), 김희정 (옮긴이) | 부키 | 2018년 2월 "우리 모두 불완전하기에 가능한 용서"

    용서가 이렇게나 생소한 말이었을까. 흔한 말이지만 막상 누군가를 용서해본 기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굳이 찾아보니 나를 용서한 일은 너무나 많았다. 잘못한 일이 많기도 하지만, 대개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그럴 만한 일이었고, 사람인데 실수와 잘못도 할 수 있는 거지 싶었다. 그렇다. 다른 이를 용서해본 일이 떠오르지 않았던 건, 특별히 용서할 만한 일이 없었던 게 아니라, 나를 용서할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그들을 대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가족의 죽음이나 신체적, 정신적 폭력 등 떠올리기도 괴로울, 그리하여 잊은 채 살아갈 수도 없을 고통을 겪은 이들이 왜 복수 대신 용서를 택했는지, 어떻게 용서의 과정을 밟았는지 고백하는 글을 차곡차곡 포개어 전한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용서의 고백은 각기 다른 상황과 방향으로 이어지지만, 결국 "용서란 그 행동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내재한 불완전성을 용서하는 것"이라는 데에 모인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어제는 용서했다가 오늘은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나는 용서를 했는데 함께 피해를 당한 이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나를 배신자라 부르기도 하고,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수십 년 동안 용서하며 살아왔는데 이제야 밝혀진 가해자 때문의 그간의 용서가 송두리째 흔들리기도 한다. 이 불완정성을 확인하고 그 때문에 갈등하는 과정 역시 용서일 터, 갇힌 용서, 완결된 용서에서 벗어나 나를 용서하듯 시작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용서의 무게를 가벼이 여겨 하는 말은 아니다. 작고 가벼운 용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레 건네는 마음이다.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20주년 특별 기념판)
    로버트 기요사키 (지은이), 안진환 (옮긴이) | 민음인 | 2018년 2월 "재테크 끝판왕의 묵직한 돌직구"

    성격 급한 한국인들의 특징은 고속도로에서 잘 드러난다. 주행선과 추월선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테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부의 추월차선을 달려 가장 빨리 부자 되고 싶은 사람이 차고 넘친다. 암호화폐라는 정체불명의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한 이후 그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져 현재는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의 절반 이상이 재테크서일 정도다. 상황을 정리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끝판왕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전 세계 4천만 부 판매라는 위업을 달성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말이다.

    지금처럼 초저금리 시대도 아니었던 1997년, '저축하는 사람은 패배자가 된다'며 일침을 가했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는 돈에 대한 관점과 교육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사실 부자들은 단지 돈이 많아서 계속 부자인 게 아니다. 부자가 될 수 있었던 방식을 유지하기 때문에 부자인 것이다. 반면,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부자가 될 수 없었던 행동을 고수한다. 새로운 내용이 추가된 20주년 특별판이지만, 핵심은 그가 제시한 돈에 대한 원칙들이며 이는 기존 독자들도 여러 번 곱씹을 필요가 있다.

    설정 아닌 설정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금융관이 상반된 두 아버지를 겪으면서 돈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경제학과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이 책을 사 주셨던 아버지 덕분에 돈에 대한 관념을(정확하게는 관념만) 정립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라는 역할에 부담을 느낀 나는 딸이 성인이 되면 (나와 다른 부자 아빠 대신) 이 책을 선물할 생각이다. 딸이 읽게 될 40주년 기념 특별판에는 또 어떤 내용이 추가될 지 궁금해진다. 물론, 그가 남긴 주옥같은 돈의 격언들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